사랑. 이별 그리고 그리움

권정남 시인의 <매니큐어를 지우며>

여신티케 2010. 5. 13. 16:32
      내 삶의 번쩍거렸던 부분을 지운다 색색의 애나멜 속에 나를 덧칠하기에 바빴던 날들 허상의 벽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빛깔에 현혹이 되어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길 휘발성 액체로 겹겹이 내 위선을 지운다 돌아보며, 돌아보며 선명했던 발자국도 지운다 스스로 몽롱해 질 때까지 삶의 모서리에 창백하게 서서 잃어버린 내 모습 찾으려고 색색깔 번쩍거림의 문빗장을 따다가 비로소 숨쉬고 있는 손톱을 만난다 권정남 시인의 <매니큐어를 지우며> 마음따라, 기분따라 손톱위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바다가 그리울 땐 바다색을 꽃이 그리울땐 꽃분홍 빛깔을 그 작은 여백을 채우다 보면 지루한 줄도 몰랐죠. 하지만 이제 원래의 색깔이 무언지도 잘 모르겠어요. 화장 지우고, 말갛게 드러난 얼굴처럼 겹겹이 입고있던 화려한 옷 다 벗은, 있는 그대로의 손톱을 보고 있자니 삶의 결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갑갑했다는 듯이 속 시원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