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도
장수가 오복의 하나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수(壽)도 건강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수를 다하기까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있다가 큰 고통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의 소원일 것입니다.
내 어머니의 기도는 늘 주제가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자식들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은 부디 잠을 자듯 편히 그렇게 가시기를 소망하는 기도십니다.
제 어머니는 얼마 전 구정 무렵 올해로 91번째 생신을 보내셨습니다.
매년 생신을 맞이할 때마다 내년에도 이렇게 생신 촛불을 끄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머니의 생신이 명절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겠지요.
어머니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생신 촛불 앞에 앉아계셨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늘 그리움의 대상인가 봅니다.
멀리 있는 저를 항상 걱정하고 그리워하시는 어머니! 주름이 깊게 페인 당신의 모습을 뵈오니
그 세월의 흔적이 어쩌면 저 때문에 깊어진 게 아닐까 죄송스러워집니다.
늦둥이로 태어난 제 뒷바라지 때문에 늦은 연세까지 고단한 세월이셨지요.
그러나 친구들의 젊은 부모를 늘 부러워했었던 저였습니다.
투정 잘 부리고 말도 안 듣고 버릇없는 철부지 막내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할 때도 할머니 같았던 어머니I.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제 친구들 부모님은 벌써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병환으로 누워 계신 분도 있는데
제 어머니는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관절염 때문에 보행이 조금 불편하시지만, 천성이 부지런 하신 어머니는 가만히 앉아 계시는 법이 없습니다.
이제 봄이 왔으니 또 씨앗을 뿌리고 거두어서 그것을 구실로 전화하시겠지요.
얼른 내려와 갖고 가거라라며 재촉하시겠지요.
그건 내가 보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시며 줄 게 있어 행복하신 목소리일겁니다.
일제강점기, 6.25 등 힘든 세대를 살아오신 분이기에 제 어머니는 나름의 원칙을 고집하고 계시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음식이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점입니다.
우리 젊은 사람 눈에는 하찮게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절대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하십니다.
궁상맞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힘든 세대를 사셨기에 근검절약하며 살아오신 생활방식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또 뒤늦게 배우신 한글 실력도 존경스러울 정도이지만 늘 가까이에 책을 두고 읽으시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뭐든 열심히 하시고 자존심도 강하신 그런 어머니의 열의와 정열을 저는 닮고 싶고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니! 언제나처럼 맑고 수줍은 미소 그리고 총명함 잃지 마시고 천수를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