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의 한페이지(마음의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여신티케 2012. 3. 8. 00:23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위의 글이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나의 어머님은 위의 글처럼 모든것이 다 어머님께서 살아 생전 소망하시고

마지막 가시는길에 이루신 그런 죽음이 아니었을까?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늘 자식들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 가시는날 을 위해 늘 기도하셨던 어머님이셨다.

항상 소녀처럼 깨끗한 마음과 순수함으로 세상을 바라보셨던 어머니..

결국 돌아가시기 전 전날 까지 본인이 화장실을 직접가시다 혼절 하셨고

그 길로 혼수상태에 빠지셨고 하루 반 만에 눈을 감으셨다.

늘 걱정하셨던 그런 모습은 끝내 보이시지 않으셨다

결국 가시려고 혼수상태전에 온 장기에 남아있는

이 생의 모든 찌꺼기 까지 완전히 비우시고 그렇게 깨끗하게 가셨다.

마지막 유언은 나의 언니에게 마지막 입으실 수의에 관한 거였는데

속 옷은 꼭 남의 손이 아니라 딸 들의 손에 의해 입혀지길 바라신다는

소박한 소원을 남기셨다.

그 뜻을 두 딸이 받들었다.

파르라니 핏기 없는 어머님의 육신마저 온화한 미소로 인해 따뜻하게 느껴져

손과 발에 마지막 키스를 해드렸다.

곱게 화장하신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에 다시한번 놀랐다.

내 어머니가 이렇듯 고우셨고 미인이셨던가 순간 생각했다.

시집오실때 이렇듯 고운 모습이셨겠구나. 나만이 아니라 언니도, 조카도 모두 감탄했다.

어머니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고 계셨으니..

세상의 시계는 결국 흙으로 돌아갈때까지 시간이 반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매일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지는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시간에 가까워 진다는 사실을,,

오랜시간 걸치고 있던 추한 번데기의 모습을 탈피하고 곱고 화려한 나비가 되듯이

늙음의 육신을 버리는날 결국 가장 화려했던 젊은 모습이 잠깐 보이는듯 했다.

죽음은 추함이 아니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아름다움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육신이 땅으로 돌아가시던 마지막날 눈이나 비가 온다던 예보와 달리

새벽녘 간간이 날리던 눈발마저 잠잠해져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이었지만

어머님이 마지막 가시는 날은 봄 날처럼 따뜻했고 평화로운 날이었으며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분명 윤회를 아니면 부활을 철썩같이 믿으셨던 분이셨으니

다음 세상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시리라

나는 믿고싶다. 꼭 그러리라고...,

또 새로운 세상에서 모녀로 다시 만날수 있기를..

부족한 세상에서 태어나 늘 부족함으로 사셨던 젊은날이었기에

검소함과 절약이 몸에 배셨고 물질이 풍부한 세상을 살면서도 늘 검소하고 절약하셨다.

나의 어머님은 본인이 가실길을 손수 마련해 놓으셨고 그렇게 원하시는 대로 가셨다.

총명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가실때까지 사셨으며

차라리 마지막 숨이 남아있는 몇 시간은 눈조차 뜨지 못하셨고 혼수상태로 계시다 가셨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삶의 마지막이 그러하기를 꼭 그러하기를 기도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기를.. 그러나 나처럼 세상에 죄가 많은 사람은 그러한 축복받은 마지막이 될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맞이 할 세상과의 마지막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어머니

김초혜님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르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다음 생에는 부디 어머니와 딸이 바꾸어 태어나

내가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 드렸으면...

 

<추석이 돌아오니 자꾸 어머니 생각이 난다

요즘 마음이 나약해진 것일까? 아님 며칠 전 산소에 다녀와서 그런지

마음이 울적해져 다시 어머님이 그립다 .

 

 

 

2012.3.08 새벽녘  hye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