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그리고 그리움

유홍준 님의 <백년정거장>

여신티케 2010. 4. 27. 18:18
 
백년 정거장에 앉아 기다린다 
왜 기다리는지 모르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어버렸으면서 기다린다 
내가 일어나면 이 의자가 치워질까봐
이 의자가 치워지면 
백년 정거장이 사라질까봐 기다린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이제 돌아오면 안된다 
오늘도 나는 정거장에서 파는 잡지처럼 기다린다 
오늘도 나는 정거장 한구석에서
닦는 구두처럼 기다린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뽕짝을 틀고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해질녘에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바닥이 더러운 정거장에서 
천장에 거미줄 늘어진 정거장에서 
오늘도 너는 왜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린다 
유홍준 님의 <백년정거장>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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