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감동 글(옮긴글)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여신티케 2010. 6. 25. 06:48
CENTER>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사랑을 시작해본 사람은 알게 됩니다. 
수많은 기다림 또한 함께 시작이 된다는 걸 
매순간 세상 모든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를 가늠하게 하고 
그 세월동안 곱게 바래진 사랑을 
그에게로 인도하는 그런 기다림이란... 
온 마음을 다하기에 가능한,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