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감동 글(옮긴글)
*이 세상 아내들에게 부탁한다*/ 진송 조육현 보름이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인지 약간 찌그러진 모습이긴 하지만 아직도 촉수 높은 달빛을 등에 걸고 종종걸음으로 귀갓길을 재촉하는데... 앞서가던 사내의 갑자기 질러대는 작은 고함 한마디에 흠칫 발걸음을 멈춘다. 오십 대 후반쯤 보인다. 세월의 버거움을 낡은 셔쓰 깃에 감추고 삶의 시름을 뒷주머니에 넣어두고 알코올의 힘을 빌려 환각의 세상에 한발을 디디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사내의 어깨 위에는 가장이라는 커다란 멍에가 큰 돌덩이 되어 얹혀 있다. 꽥~ 소리라도 질러보면 오장육부가 시원하려나 갈 之 자로 걸어가는 길에 걸린 돌멩이라도 냅다 차버리면 가슴이라도 후련하려나... 저 사내는 오늘 낮의 직장에서 버럭 질러대는 상사의 고함과 공중에 흩어지는 서류철을 고개를 움츠린 채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밟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눈빛을 가진 젊은 것들의 눈치를 보며 오전 내내 가래 섞인 헛기침을 해 대다가 점심때가 되면 설렁탕 김치찌개 칼국수 중에서 제비뽑기하듯 결정한 메뉴로 창자를 달래고 식당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여직원들의 수다가 끝날 때 신발끈을 묶는 일을 더디 했을지도 모른다. 한때는 필체가 좋다는 소리 들으며 으쓱 이는 일도 있었지만 졸린 눈 비벼가며 밤새워 만든 기안 서류는 삽시간에 컴퓨터로 쫙~ 깔끔하게 뽑아내는 후배 녀석들의 서류에 비하면, 내용까지 볼품없어지는 것 같아 얼마나 기죽어 했던가! 시절이 하 수상하고 이 사회가 술 권한다 하여 퇴근시간이면 술 약속을 해보지만 가벼운 지갑을 생각하면 또한 망설여지고... 큰소리 뻥뻥 쳐 보는 맛에 푸른 술병 몇 병을 비워보지만 그저 술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내의 가슴에선 비인 바람만 부는 것을... 목구멍까지 채우고 싶은 알코올의 유혹이 빨간 불빛의 포장마차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달랑거리는 빈 지갑을 기억해 내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어깨는 다시금 아쉬움으로 무거워진다. 저 사내가 돌아가는 곳엔 편한 쉬 임 하나 있을까? 현관문 열어주며 도끼 눈 뜨는 아내는 그를 돈 벌어오는 기계쯤으론 생각하진 않을까? T V 채널권을 빼앗긴 채 머리가 커져 버린 자식놈들의 각자의 방문 닫아거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를 연발하며 깊은 한숨을 내 쉬지는 않을까? 오늘따라 배시시 웃으며 콧소리 내는 아내가 무서워 술 더 취한 척 몸 못 가누는 척 그리 뒤척이는 건 아닐까? 네 사내가 휘적휘적 걸어간다. 고달프므로 휘어진 다리가 바로 가면 짧을 거리를 이리저리 절룩거리며 긴 길을 만들며 걸어간다. 이 시대의 사내들, 이 시대의 가장들, 책임과 의무만 남아있고, 권리라는 것은 어느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는 이 세상 아내들에게 부탁한다. 아내들이여~! 적어도 오늘만큼은.. 너 에게로 돌아오는 네 사내를 제왕을 만들어 주시구려.! 발 씻어 드리는 종이 되어 주어라. 세상의 고달픔에서 돌아와 한숨 길게 내 쉬 이며 편안히 머리 눕히는 이 지구 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낙원이 되게 하여 주어라. 그리하여 네 사내가 비로소 지친 다리 쉬 이며, 편안함으로 그 모든 고통을 잠시 잊어주게 하여 주어라. 거참~ 달빛 차암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