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감동 글(옮긴글)

이태관 님의 <바람 속을 거닐다>

여신티케 2010. 7. 17. 08:55

    그때 나는 바람 속을 걷고 있었지 결기를 세운 바람은 먼 대숲으로부터 불어와 대추나무의 가지를 흔들고 여린 풀들 땅에 눕게 하였네 옷자락이 내 몸을 떨치려 하였네 검은 비닐이 허공을 날아 일식이 일어났지 새도 짐승도 두려움에 떨며 우리 속으로, 어미의 품으로 파고들었네 바로 그때, 나는 보았네 살아있는 나무라야 바람에 허리 굽힌다는 것을 바람이 세차도 죽은 나뭇가지는 결코 제 몸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을 영혼이 빠져나간 나무는 다만 온몸이 소리통 되어 울 뿐, 살아간다는 것은 조금씩 허리 굽혀 가며 사는 것임을 알았네 지나온 길 잊지 않기 위해 얼굴에 주름살 하나 새기며 이태관 님의 <바람 속을 거닐다> 스스로가 제일인 줄만 알던 시절이 있지요. 그러다 한발씩 걷다보면 어둠 속 터널도 지나고 비바람에 온 몸이 쓰러지는 일도 겪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을 견디고 난 뒤에는 제 고개를 숙일 줄도 앎과 동시에 더욱 넓고 깊어진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