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의 한페이지(마음의글)

원정길

여신티케 2017. 5. 11. 13:21

엄마는 우리 형제들을 키우실때 젖을 억지로 떼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이 태어나면 자연스레 물려주는게 예사로웠단다. 내 어릴적 막내의 특권..

아니 늦둥이의 특권으로 엄마 젖을 늦게까지 독차지했던 나는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하고서도 엄마젖을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 입학하고 제일 애닮았던 건 엄마와 떨어지는것과 젖을 맘대로 못 먹는일..

학교갔다오면 제일 먼저 하는건 엄마의 행방을 찾아 젖을 먹으러 다니는거였다.

어느 여름날..

하루는 학교가려는데 엄마가 " 막내야 오늘은 어디 누구네로 품앗이 가니까 그리로 와라" 하셨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찾으러 아니 젖을 먹으러 원정길을 떠났다.

그때 어린 나로서는 꽤 먼 거리였다.

대부분 아이들이 아랫 동네에 많이 살고 있었지만 혼자 무서워 동네끝까지 놀러도 못다니던 내가

가야 할 곳은 동네를 지나서도 한참을 산 속으로 가야만 하는 곳..

그 곳은 동네로 이사온 주씨라는 분이 살던 산 속 집이었는데

그 곳에 밭이 있어 그곳으로 일을 가셨던 것이다.

걸어가도 걸어가도 끝이 없을것 같고 혼자 걸어가려니 무서워서

작은 풀 벌레의 움직임에도 머리끝이 서는듯 온갖 신경이 곤두섰고

어디에선가 뱀이 튀어나올것 만 같아 조마조마한 맘으로도 오직 엄마를 찾아 젖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그곳까지 어찌 도착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마침내 밭을 매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 곧장 밭으로 달려갔다.

엄마에게 젖을 내놓으라고 하니 엄마는 "막내야! 조금만 기다려라 "

좀 있으면 새참 먹을 시간이니 저기 집에 들어가 있거라" 하시는 거다

빨간 황토흙으로 지어진 초가집은 집이라고 하기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서 지붕만 있을 뿐 마치 폐허와도 같았다.

무서워서 혼자 들어갈 용기도 없던 나는 계속 밭을 매시는 엄마 옆을 따라다니니

할 수없이 밭 주인 아주머니가 새참을 지금 먹자고 하셨다.

모두들 폐허로 들어가 앉아 새참을 드시는데 찐감자였다 드디어 나는 엄마 젖을 먹고...

그 곳을 갈때는 엄마 젖을 먹는다는 일념으로 무서워도 참고 갔지만 도저히 혼자 돌아올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나는

해넘어갈때까지 아니 엄마가 밭 일을 마치실때까지 그 곳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해가 어둑해지자 모두들 일손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하루종일 일을하신 엄마는 다시 나를 업고 돌아와야했다.

연세도 있으신데 엄마가 나를 업고 오시니 그때 당시 새댁이었던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대신 나를 업고 돌아오곤 했다.

고등학교때 주말에 가끔 시골집에 가다 동네 분들을 마주치면 하시는 말씀들이 " 막내 젖먹으러 왔구만 " 그게 인사셨다.

특히 업어주셨던 그 새댁아줌마는 볼때마다 그러셨다 그분도 이제 육십이 넘지 않으셨을까 ?

어린시절 기억을 하니 부끄럽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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