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감동 글(옮긴글)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

여신티케 2010. 4. 29. 15:38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  
빈 소주병... 
그저 아낌없이 부어주어 
따뜻하게 속을 채워주시던,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과 비슷합니다. 
텅 비고 쓸모가 없어지면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술병들을 보다가, 
그 빈 공간에 묵직하고 뜨끈한 사랑으로 
도로 한가득 채워드렸다면 
더 좋았을 것을... 
못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담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