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그리고 그리움

최승자 시인의 <안부>

여신티케 2010. 5. 12. 11:16

 
나더러, 안녕하냐고요? 
그러엄, 안녕하죠. 
내 하루의 밥상은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 
한마디로 진수성찬이 되고요. 
내 한 해의 의상은 
당신이 보내주는 한 번의 미소로 충분하고요, 
전 지금 부엌에서 당근을 씻고 있거든요. 
세계의 모든 당근들에 대해 
시를 쓸까 말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우연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다시 한번 물어주시겠어요, 
나더러 안녕하냐고? 
그러엄, 안녕하죠. 
똑딱똑딱 일사분란하게 
세계의 모든 시계들이 함께 가고 있잖아요?
최승자 시인의 <안부>
제 안부가 궁금하다구요?
저는 참 잘 지내고 있죠
기분이 조금 나빠지려고 하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얹어 먹기도 하구요.
꽃무늬 치마나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기도 해요.
오히려 전 당신의 안부가 궁금한걸요
끼니때, 홀로 밥상앞에 앉아 있는 건 아닌지.
세상은 이렇게 화사한데
당신 표정만 구름낀 건 아닌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