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번쩍거렸던 부분을 지운다
색색의 애나멜 속에 나를 덧칠하기에
바빴던 날들
허상의 벽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빛깔에 현혹이 되어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길
휘발성 액체로 겹겹이 내 위선을 지운다
돌아보며, 돌아보며 선명했던
발자국도 지운다
스스로 몽롱해 질 때까지
삶의 모서리에 창백하게 서서
잃어버린 내 모습 찾으려고
색색깔 번쩍거림의 문빗장을 따다가
비로소 숨쉬고 있는 손톱을 만난다
권정남 시인의 <매니큐어를 지우며>
마음따라, 기분따라 손톱위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바다가 그리울 땐 바다색을
꽃이 그리울땐 꽃분홍 빛깔을
그 작은 여백을 채우다 보면 지루한 줄도 몰랐죠.
하지만 이제 원래의 색깔이 무언지도 잘 모르겠어요.
화장 지우고, 말갛게 드러난 얼굴처럼
겹겹이 입고있던 화려한 옷 다 벗은,
있는 그대로의 손톱을 보고 있자니
삶의 결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갑갑했다는 듯이 속 시원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