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천천히 떠나가는 당신,
나는 정류장에 서 있고
정작 내가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일 분이 내겐 한 시간 같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은
날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늙고 지쳐 구루해진 내 사랑
이 빠진 턱 우물거리며
폐지 같은 기억들
차곡차곡 저녁 살강에
모으고 있을 것이다
서른 살,
하필 지구라는 정류장에서
당신을 만나 사랑을 하고
한 시절
불편한 전생(前生)처럼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울게 되었듯이
갑작스런 밤의 정전처럼,
검은 이별 앞에서
나는 심지만 남은 사랑을
더듬거린다
박후기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상대성 원리>
당신을 처음 발견하던 순간에도
당신이 떠나던 순간에도
세상의 장면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가슴은 먹먹해 지기만 했었지.
당신을 그리워 하는 시간은 영원보다 길기만 한데,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은 찰나보다 짧다니...
사랑에도 상대성 원리같은 게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
그래, 어쩌면 사랑에 빠진 것도
모두 중력탓이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