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의 한페이지(마음의글)

기억속으로....

여신티케 2010. 3. 11. 23:36

 

 

 


내가 중2 올라갈 무렵이었습니다.
엄마 생신이 구정 즈음이니..
엄마의 회갑연이 끝나고  며칠 후
전주에 사는 둘째오빠 가족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고 투표때문에
전주에 가야한다며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나갔습니다.
배웅하기 위해  엄마 아버지 모두들 함께였었죠 .
난 그때  집에 혼자 남아 TV가 잘 나오지 않자
밖에서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는데
찻 길 쪽이 왠지 소란스러웠습니다.
예감이 이상한 나는 왠지 덩달아  불안해졌습니다
잠시 후 청천벽력같은 일이 우리 가족에게
벌어지고 말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버스 타러 나갔던 둘째 올케와 아이가 
참변을 당한것입니다.
그 후 우리 가족은 시골 살림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집과 농사를 통채로 남한테 맡기고 얼떨결에
전주로 이사를 나와 작은오빠네와
살림을 합치게 됐습니다. 
어린조카들 때문이었죠.
그래서 시작된  전주생활..
진안에서 중1을 마친 나는 중2때
전주로 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가족이 자리잡은 곳은 지금
전주고등학교가 있는 근처였죠.
전주로의 이사는 농사밖에 모르던 부모님께는
견딜수 없는 무료함과 고향에 대한 향수 였을것입니다.
도시생활에 적응하시지 못한 부모님의 공허한 눈빛이
지금도 선합니다 .
그래서 더욱 아버지는 술을 드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부지리로 난 얼떨결에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고
유서 깊은 중앙여중으로 전학을 하게됐죠.
어쩌면 내 인생에서 전학은 많은 도움이 됐을겁니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고등학교나 제대로 나왔을지...
연세가 많아서 도시의 여느부모들 처럼 자식공부에 대한 
열렬한 열망이나 욕심도 없으셨던 부모님이셨기에 
한다면 시키고 안한다면 말고 그런식이었을 겁니다 ㅎㅎ
중학교 원서도 ,고등학교원서도 상의없이 내 손으로 써냈습니다.
그렇게 내 인생을 내가 결정하게 된거죠.
전 마음속으로 고등학교까지만 부모님께 신세지고
대학교는 내 힘으로 다니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내 결정에 부모님은 어쩔수 없이 하지말라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열심히 뒷바라지 할 수 밖에 없으셨을 듯 합니다.
외롭던 나도 다행히 길 건너 진안여중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와 밤 낮 으로 붙어 다니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여름 밤 이면 전주고등학교를 한 바퀴 돌아 
바람을 쐬고 왔고  친구집에 가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진안이라는 동질감에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는
전학을 하지않고  전주에서 진안으로 통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년 후...
오빠는 재혼을 하게됐고 아버지는 간경화가 악화되시자
집에가서 죽고 싶다며 시골로 가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골로 엄마와 가시게 됐고
난  전주에 남아 학교를 다니게 된거죠.
아버지 소원대로 아버지는 아버지의 집과 논 밭이 있는
시골에 가셔서 편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무섭다는 나를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을 봐야 한다며 
누군가 나를 끌고 들어가 아버지의 영원히 잠든 모습을 보게 했습니다.
살아 계실때 간 부종으로 많이 부어 있었던 얼굴은 어느샌가 편안하고 웃는듯
보이는 그  모습이 왠지 무섭다는것 보다  정말 이제 아프지않고
편안하시구나  생각해 슬프다기 보다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었나봅니다  그때도  ...
난 철이 없어서였는지 창피하다고 상복을 끝내
입지 않았고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자취생활..
추억도 많고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지금도 그때도 자유로운 영혼인 나는
언니오빠 근처에는 살아도 굳이 함께
사는건 싫다고  혼자 자취생활을 고집하게
되었고 엄마는 늘 그게 걱정스럽고
안쓰러웠던지 지금도 그때 고생했다며
가끔 말씀하십니다.
내가 춥다거나 어디 아프다고만 하면
니가 자취 하면서 곯아서 그런다 ㅋㅋ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생각하니 둘째오빠는 내 인생에
전환점을 알게 모르게 많이 만들어 줬네요 .
Horchat Hai Caliptus /1shtar
HY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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